엔씨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사회 공동체 안에서 기회와 경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미래 사회를 위한 근본적이고 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개인의 고유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이를 통한 다양한 관점의 융합에서 혁신적인 크리에이티브가 탄생할 수 있기에 엔씨는 인종과 성별, 피부색을 뛰어넘어 각자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과 소수자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마련하며, ‘다름’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일 엔씨의 최고전략책임자 윤송이 CSO는 캐나다 아시아 태평양 재단(APF Canada)이 주최한 ‘First Canadian Women-only Virtual Business Mission to Taiwan’ 콘퍼런스에 참여해 각 국가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들과 함께 미래의 비즈니스 지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윤송이 CSO가 IT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이자 경영자로서 ‘다양성, 평등 그리고 포용’(Diversity, Equity & Inclusion)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그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 나눈 내용을 공유합니다.
일곱 살 무렵의 일입니다. 추석을 맞아 서른 명 남짓한 친척이 큰아버지 댁에 모였습니다. 어머니와 숙모들은 하루 전에 도착해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했고, 남자들은 거실 한가운데 놓여 있는 커다란 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차례를 지내고 난 후, 음식을 준비한 여자들과 여자 사촌들은 모두 부엌의 작은 상에 앉거나 서서 거실의 큰 상엔 올릴 수 없는 터진 만두나 찌그러진 부침개를 나눠 먹었습니다.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엌에서 못생긴 만두를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거실에 계신 아버지에게 성큼성큼 걸어가 그 옆에서 밥을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흔쾌히 자리를 내주셨습니다. 부엌에서 이를 지켜보던 여자 사촌들도, 큰 상에 앉아 식사하던 다른 친척들도 참 이상하다는 듯이 저를 쳐다봤지만 별로 괘념치 않았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수학과 과학 분야는 오랫동안 남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과학 영재 육성을 위해 대한민국에 처음 세워진 경기과학고등학교는 개교 이후 6년 동안 여학생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수학·과학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여학생의 수도 적었습니다. 심지어 경시대회가 열리는 수학과 건물에 여자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 <히든 피겨스>의 한 장면처럼 화장실에 가려면 짧은 쉬는 시간에 건물 사이를 가로질러 뛰어야 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학과에서 3%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분야에서 고군분투했던 경험은 자연스레 ‘다양성’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제 경험은 1980년대에서부터 2000년대 무렵까지의 일입니다. 지금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깨졌지만, 여전히 다양한 곳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공학 분야의 경우, 전체 전공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입니다. 하지만 전공을 살려 엔지니어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은 11% 정도에 그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의 평균 임금보다 60%가량 낮습니다. 게다가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56%는 중도에 일을 그만둔다고 합니다. 전공 지식을 가진 유능한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렵고, 전반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고 있으며, 일을 시작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중간에 경력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엔씨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재다능한 여성 직원들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특히 매니저로서 책임과 역할이 부여되는 시기에 회사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여성이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엄마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업무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엄마라는 이유로 두 명 세 명 몫의 짐을 짊어지고 시간을 쪼개 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은 육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쉽게 느낍니다. 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느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뭔가 부족한 것이라도 있으면 그게 다 일을 하느라 충분한 시간과 관심을 쏟지 못해서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합니다.
엔씨는 성별 구분 없이 직원의 육아 활동을 포용하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직장에서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신뢰를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기술 분야에 진입하는 여성의 수를 늘릴 순 없어도 이미 진입한 여성들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엔씨는 가장 먼저 사내에 어린이집 ‘웃는땅콩’을 설립했습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영유아기는 아이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웃는땅콩’이 최고 수준의 보육을 제공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더불어 엔씨는 부모들이 육아로 인해 개인의 성장에 방해받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곤 합니다. 네트워킹을 하거나 회의를 하다 보면 어린이집이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맞추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아이를 맡기고 오느라 오전 회의에 늦기도 하고, 혹은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느라 연신 시계를 확인하다가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한 채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아이를 돌보기 위해 계속 뛰어야 하는 부모들을 돕고자 ‘웃는땅콩’은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저녁 9시까지 돌봄을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실천은 큰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80%가 넘는 여성들이 출산 휴가 후 성공적으로 직장에 복귀했으며, 또한 육아 부담이 줄어들면서 구성원들이 회사와 가정에서 더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웃는땅콩’에 두 명의 아이를 보낸 부모들은 셋째 아이를 가질 확률이 80%나 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한국에서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많은 기업에 엔씨의 실험과 배움을 공유하기 위해 ‘웃는땅콩’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나누고자 한 것은 단지 직장 안에서 여성이 겪는 어려움이 아닙니다.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각자의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와 이를 현실적으로 포용할 수 있는 기업의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엔씨는 이를 중요한 과제로 삼아 ‘웃는땅콩’ 사례 외에도 다양한 교육과 세미나를 진행하고, 인종과 성별에 구별을 두지 않고 인재를 채용하는 등 안팎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력으로 IT 분야의 여성 롤모델이 점점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더는 이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사회적 요인으로 쉽게 좌절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아가 기업과 가정, 사회가 ‘모두 함께, 더 멀리’ 무한한 가능성의 미래를 꿈꿀 수 있길 희망합니다. 앞으로도 엔씨는 모든 형태의 다양성과 평등 그리고 포용성을 지지하며 이를 현실적으로 지원할 정책적인 실험과 도전을 이어갈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근본적이고 질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엔씨는 계속해서 실천해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