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웹툰은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의 원작으로 활용되며 명실상부한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웹툰 시장의 규모는 작년 기준 1조 원을 넘어섰고, 글로벌 시장 성장세 또한 두드러집니다. 한국 웹툰의 세계화를 이끌며 K-웹툰의 대표가 된 만화 콘텐츠 전문기업 ‘재담미디어’의 김형남, 노은정 이사를 만나봤습니다.
2020.08.13 Creator Crew
변하지 않기 위해 변화한다, 윤일상
2020.08.06 Creator Crew
최근 웹툰은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의 원작으로 활용되며 명실상부한 주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웹툰 시장의 규모는 작년 기준 1조 원을 넘어섰고, 글로벌 시장 성장세 또한 두드러집니다. 한국 웹툰의 세계화를 이끌며 K-웹툰의 대표가 된 만화 콘텐츠 전문기업 ‘재담미디어’의 김형남, 노은정 이사를 만나봤습니다.
왼쪽부터 노은정 이사, 김형남 이사
김형남 재담미디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 콘텐츠 기획 제작사다. 작품의 기획, 제작, 유통, 수출 등의 일을 한다. 또 작가와 작품을 관리하는 에이전시 역할도 한다. 현재 기획제작팀의 총괄 책임자로 일하면서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기획·제작하고, 국내외 플랫폼에 론칭하고 있다.
노은정 현재 글로벌사업팀과 경영관리팀을 맡고 있다. 해외로 작품을 수출·유통하거나,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작품들을 수입해 국내에서 출판하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번역 등 현지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국내 만화 업계에서 잔뼈 굵은 전문가다. 노은정 이사는 재담미디어의 창립 멤버로 온라인 만화 잡지를 제작하던 한 국내 업체에서 일본어 통역 업무를 하다가 글로벌 업무를 시작했다. 김형남 이사는 1996년 만화 업계에 처음 발을 디뎠다. 한 출판사에서 만화 잡지 편집자로 15년간 일하면서 실무 능력을 쌓았고, 이후 만화 제작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2015년 재담미디어에 합류했다.
김형남 창업 당시는 웹툰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시기였다. 메이저 플랫폼이 하나씩 생겨났다. 많은 작가가 등장하면서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부터 웹툰 산업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웹툰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매출액도 늘어나고 있다.
노은정 웹툰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과거엔 웹툰과 만화가 다른 장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창업 초기인 2013년경에는 작품을 수출하기 위해 바이어를 만나면 웹툰의 개념과 속성부터 설명해야 했다. 또 당시엔 해외에 웹툰을 수출할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지금처럼 스크롤 버전으로 볼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한 플랫폼이 없었다. 스크롤 버전으로 편집한 웹툰도 페이지 버전으로 다시 바꿔야 했다. 2016년부터 중국 등 해외 업체에서 판매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 이젠 해외 바이어들도 웹툰이라는 개념을 알고 인기 작품을 안다. 웹툰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걸 느낀다. 재담미디어의 경우 창업 6년 차인 작년 매출이 초기보다 20배 정도 늘었다.
김형남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각자의 색깔이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독자의 구성이 다르고, 독자에 따라 선호하는 장르가 다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플랫폼만의 고유한 색깔은 옅어질 것으로 본다. 플랫폼의 크기가 커지고 고도화되면서 모든 장르의 웹툰을 구비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몇 년 후에는 플랫폼들이 비슷한 색깔의 작품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 같다.
노은정 2013년 ‘재담미디어’ 설립 이후 같은 해 웹툰 플랫폼인 ‘레진 코믹스’가 생기면서 웹툰의 유료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확장됐다. 네이버 웹툰, 카카오페이지는 본격적으로 웹툰 시장이 활성화되게 한 플랫폼이다. 네이버 웹툰은 무료 시스템을 통해 웹툰이 저변화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줬다. 그리고 카카오페이지는 ‘기다무(기다리면 무료)’라는 독특한 요금제 방식을 내놓으면서 유료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없앴다. 모두 국내 웹툰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김형남 처음부터 OSMU(One Source Multi-Use·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장르로 변용해 판매하는 것)를 목적으로 만화를 제작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장르에서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많은 독자로부터 지지를 받으면 트랜스미디어화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웹툰이든 웹소설이든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유니크한 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김형남 <블레이드 & 소울>을 웹툰화하는 등 그간 엔씨와 많은 협업을 했다. 게임은 콘텐츠 영역에서 부가가치가 가장 큰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 만화 <용비불패>를 NHN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올해 안에 출시 예정이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재담미디어가 만든 웹툰을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는 엔씨를 통해서 게임화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웹툰 <약한영웅>을 액션 게임으로, 웹툰 <파우스트>를 판타지 게임으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다.
노은정 엔씨와 인연이 시작된 건 MXM 게임 개발실에서 “브랜드 웹툰을 만들고 싶다”라는 연락이 왔을 때였다. 브랜드 웹툰이란 기업이 서비스, 상품, 브랜드 이미지 등을 알리기 위해 만화를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엔씨가 이 브랜드 웹툰을 영어, 일본어로 가공해 수출했다. 그때 재담미디어가 현지화 작업을 담당했다. 그 작업을 시작으로 협업을 이어갔고, 엔씨로부터 2015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투자를 받았다. 지금도 경영에 대한 조언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김형남 어느 날 작품 원고가 들어 있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디자인을 전공한 분인데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절절한 내용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만나 봤다. 변호사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내용이나 그림이 특출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시장을 보니 변호사를 소재로 한 만화가 없더라. 아무도 손대지 않은 영역이라 경쟁력이 있겠다 싶었다. 유니크했다. 그래서 네이버 웹툰 ‘나도 만화가’에 연재를 시작했는데, 4주 뒤 ‘베스트 도전’ 코너로 올라갔고 정식 연재 계약 제의가 왔다. 이후 4년 넘게 연재했다. 그 작품이 <동네변호사 조들호>다. 연재 중간에 드라마 판권이 두 번이나 팔렸다. 웹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
노은정 <케세라세라>라는 작품이 생각난다. 타깃 연령이 높은 로맨스 장르였는데도 좋은 성과를 기록한 작품이다. 미혼모가 주인공으로 삼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 이야기를 그렸다.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로맨스가 아닌데도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미국 등에서 히트하는 등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장르나 타깃 연령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인기 있는 만화라면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출 방향성을 잡는 데 도움을 준 작품이다.
김형남 유니크한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없던 소재거나, 흔한 주제여도 시점을 완전히 바꾼 이야기를 찾는다. 작품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작가에 대한 존중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존중하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려고 한다.
노은정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재미다. 그러면서 작가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편집자, 제작자 등 PD를 지칭하는 말이 많지만, 우리는 PD를 ‘프로독자’라고 생각한다. PD가 작가들보다 나은 건 여러 작품을 많이 봐서 눈높이가 높아진 것뿐이다. 그 기준에서 작품을 보고, 작가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형남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작가의 수준, 작가가 만들어내는 작품 수준이 자연스레 높아졌다. 작품을 보는 사람 역시 계속 눈높이를 높이며 다음 단계를 생각하게 된다. 작품 퀄리티 등이 계속 발전하면 웹툰 시장도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은정 조금 더 시스템화되면 좋을 것 같다. 시간에 쫓겨 작업하면서 매주 연재하는 시스템이 스튜디오화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처럼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웹툰 시장도 더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형남 작가와 함께 개발한 IP의 부가가치를 크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사업 목표이자 방향성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 발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IP 확장 전략이다.
노은정 최근 인도의 최초 로컬 웹툰 플랫폼 ‘Kross Komics’를 공동 설립했다. 그동안 글로벌 IP에 대한 니즈가 강했던 만큼 해외 플랫폼을 활용할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또 IP를 활용한 영상 전문 스튜디오 더블유앤아이피의 신규 조인트벤처(JV) 법인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독점 기술력이 있는 곳과 협업하면서 큰 시너지를 만들 계획이다.
노은정 글로벌한 IP를 만들고 싶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한국 만화가 없다. 누구나 알 만한 인기 있는 웹툰을 제작하고 싶다.
김형남 킬러 콘텐츠(미디어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핵심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좋은 IP를 만들어 엔씨와 함께 게임 제작 등 다양한 협업을 하고 싶다.
김형남 처음 만난 작가와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가장 즐겁다. 작가가 원고를 들고 어떤 마음으로 찾아왔을까 생각한다. 아마 떨리고 조심스럽고 불편할 것이다. 그런 작가에게 작품에 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 과정이다. 그때의 설렘이 좋다.
노은정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준비할 때 가장 즐겁다. 재담미디어의 작품들을 보면서 그날 업무를 준비하는데 그 순간 큰 행복감을 느낀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