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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1 The Originality

    Technical Game Design, 김환희

    게임을 만든다는 건 전에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화면 속 멋지고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는 뼈대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고된 작업이 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즐거움’의 가치에 확신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향한 고집이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엔씨 퀄리티의 시작 < The Originality >

    지금 내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내가 내일 더 잘하면, 모레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하루하루 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가끔 비틀거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나아갈 것이다.

    Technical Game Designer 김환희
    Technical Game Design

    테크니컬게임디자인실은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개발 방법을 설계하고, 게임 디자인의 완성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을 수행한다. 일반적인 게임 개발 프로세스는 기획, 개발, 테스트, 출시, 라이브 서비스, 모니터링을 거치고 다시 기획으로 돌아가서 이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 모든 프로세스에서 개선할 점이나 병목이 발생하는 지점을 찾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나 프로세스를 만들어 각 게임 개발팀에 전달한다.

    실제로 콘솔 AAA 게임 개발팀과 테크니컬게임디자인실에서 겸직하며 서로를 연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툴을 개발하는 기획자

    게임 기획 단계에서는 방향성을 잡기 위해 회의를 많이 한다. 당연히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회의는 중요하다. 하지만 머리로 하는 기획을 넘어 도구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도구가 있으면 기획한 내용을 어느 정도 미리 검증해 볼 수 있다. 중요한 부분을 찾아 부분적으로 검증하기 시작하고, 검증 영역을 점차 넓혀가며 연결하는 것이다.

    게임의 방향성을 제대로 잡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런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여러 번 패치하며 맞춰가는 과정으로 인해 소모적인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유저의 마음도 떠날 수 있다. 단순 사무 작업은 엑셀이라는 도구를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게임 기획에도 보조적인 도구가 있다면 기획 퀄리티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일

    엔씨는 ‘테크니컬 게임 디자인’이라는 분야와 ‘테크니컬 게임 디자이너’라는 역할을 정의하고 있다.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게임 개발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게임 개발팀, R&D 조직, 유관 부서 등과 협력할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있다. 해외 유명 게임 기업에서도 ‘테크니컬 게임 디자이너’를 구하는 채용 공고를 내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하지만 역할에 대해서는 일관적이지 않다. 주로 ‘기획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를 찾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게임 디자인에서 경험은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판단을 내릴 때 경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개인 경험의 한계는 과학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극복하고 객관성을 견지할 수 있다. 자동화 도구와 개발 프로세스 개선은 AAA 게임 개발처럼 개발팀 규모가 커질수록 더 유용해진다. 게임 기획의도가 유저에게 잘 전달됐는지는 유저 활동 로그를 통계적으로 분석해서 측정할 수 있다. 테크니컬 게임 디자인은 이와 같은 일을 담당한다. 서비스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설계하기 위해서, 이 일은 정말 중요하다.

    재미를 수치화한다는 것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기획자가 의도한 본연의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은 게임 디자인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이다. 실전은 이론과 다르다. 유저의 실제 행동은 예상을 벗어나기 일쑤이다. 그로 인해 의도와 실제 결과 사이에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인정하고, 왜 그런 차이가 났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머신러닝이나 XAI 같은 기법을 사용해서 도구를 만들고, 추론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재미는 숫자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유저가 레벨이 올라가면 재미를 10 정도 느끼고, 죽으면 재미가 3 정도 빠진다’고 수치화해 보는 거다. 이 수치를 검증해보고 틀렸으면 조정한다. ‘수치화’는 처음부터 완성된 것이 아니다. 완벽해지기 위해 목표를 향해 맞춰가야 한다.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부분을 숫자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그렇게 정량화를 통해 얻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시스템적으로 생각하기

    테크니컬 게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프로그래밍 실력과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다. 프로그래밍은 자기 생각을 빠르게 프로토타이핑하고 실제 사용할 툴로 구현해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시스템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수 년 이상의 게임 기획 경험과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한 분석적, 비판적 사고가 있어야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획의도가 잘 구현될지 미리 검증하기 위해 내부에서 ‘다이나믹 페이퍼워크’를 시도하고 있다. 작은 시스템 동작으로 큰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게임이라는 하나의 생태계가 있다고 치자. 그와 비슷하지만 더 작은 시스템을 만들고서 돌아가는 걸 관찰하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전투 시뮬레이터 같은 작은 시스템이 그 예다. 그래서 테크니컬 게임 디자이너에게는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작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검증

    도구를 만드는 일이 많기 때문에 도구의 사용성을 특히 강조한다. 기획자 관점에서 툴은 그냥 만들어져 나오는 프로그램과는 의미가 다르다. 툴을 사용할 때 복사나 붙여넣기가 안 되거나, 어떤 노드가 있는지 검색이 안 되면 몹시 불편하다. 사용성이 좋지 않은 도구는 결국 버려진다. 개발한 도구를 많이 쓰게 하고 유지 보수도 되게 하려면 사람들이 빨리 그리고 많이 써볼 수 있도록 접근성과 사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리니지>를 하면 레벨 1을 올리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런데 그 레벨 1을 올리면, 올라갔다는 사실을 게임 속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강조해주는 요소도 없는데, 전반적으로 캐릭터가 강해졌다는 게 느껴진다. 이건 굉장히 신기하고 대단한 요소이다. 이렇게 만들기 진짜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이렇게 기본과 기반이 잘 잡혀있는 게임도 테크니컬 게임 디자이너가 계속 게임을 ‘검증’해야 한다. 꾸준히 게임에 대해 피드백해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내일 잘하면, 모레는 더 잘하게 된다

    효율적인 방법이 퀄리티를 이끈다

    '게임 디자인 프로세스의 효율화'는 항상 관심 있었던 주제이다. 2017년 한 콘퍼런스에서 ‘딥러닝으로 게임 콘텐츠 제작하기’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인공지능 딥러닝인 VAE(변형오토인코더)를 사용해 게임 속 캐릭터 모습이나 맵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새로운 기술이 있으면 게임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계속 연구해 본다. 이후에도 엔씨가 개최하는 콘퍼런스인 NCDP에 참가해 발표하기도 했다. 절차적 콘텐츠 생성 기법인 WFC 알고리즘과 관련된 논문도 2편 썼다. 그리고 딥러닝을 꾸준히 공부해서 관련 책도 출판했다.

    노력이 왜 필요한지 몰랐다

    어릴 때는 노력을 할 줄 몰랐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함을 몰랐다는 말이 맞겠다. 그러다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 책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무협 소설을 1년 반 동안 수십 번을 갈아엎으며 썼다. 그런데 반응도 없고, 어디 연락 오는 곳도 없었다. 상심하여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글 몇 편을 새로 썼다. 결국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소설책을 4권이나 낼 수 있었다.

    그때부터 노력에는 성취가 따라온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그 믿음을 잊지 않으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딥러닝 분야의 책을 한 권 더 쓸 계획이다. 앞으로는 AI를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을 써보거나 음악도 만들고 싶다.

    발전에 대한 끝없는 욕구

    지금 내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내가 내일 더 잘하면, 모레는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하루하루 나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발전에 대한 끝없는 욕구가 넘쳐 흐른다.

    북쪽을 찾는 나침반 속 침은 처음에는 흔들리지만 이내 북쪽을 향한다. 북쪽을 찾으며 흔들거리는 ‘침’의 모습은 현재의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가끔 비틀거리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지만,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계속 나아갈 것이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