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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1 The Originality

    Localization, Lauren Guardia

    게임을 만든다는 건 전에 없던 세상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화면 속 멋지고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는 뼈대부터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고된 작업이 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즐거움’의 가치에 확신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새로운 즐거움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상상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향한 고집이 퀄리티를 결정합니다.

    우리는 퀄리티를 타협하지 않습니다. 엔씨 퀄리티의 시작 < The Originality >

    게임은 내 인생의 큰 부분이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게임을 즐기고 수년 동안 게임이라는 세계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일반적인 환경이었다면 연결될 수 없었을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특별한 힘을 게임은 갖고 있다. 언어와 문화의 힘으로 더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도록 돕고 싶다.

    Localization, Lauren Guardia
    Globalization & Localization

    우리 팀은 엔씨의 게임을 해외에서 서비스할 때에 필요한 현지화 작업을 전담한다. 게임에 들어가는 텍스트의 번역 검수부터 현지 언어에 맞는 게임 용어 선정, 언어 품질 검수(LQA) 그리고 해외시장 리서치나 해외 고객의 플레이 피드백까지 우리 게임이 해외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언어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진행한다.

    번역이 아닌 현지화

    현지화 작업은 단순히 게임 안의 텍스트를 번역하는 일이 아니다. 어느 국가에서 어떤 사람이 플레이해도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논쟁거리가 없어야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인종, 종교, 성 차별적인 내용, 정확하지 않은 역사적 서술 등은 텍스트에 넣지 않는다. 나라별로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의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플레이하는 문화권에 맞는 형태로 언어를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별 언어의 사용 방식에 맞게 글자 수를 제한하거나, 대문자 사용 방법을 정하는 등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결정한다. 그래서 어떤 게임의 현지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새로운 스타일 가이드가 제작된다.

    게임을 알아야 현지화도 잘한다

    기본적으로 게임을 사랑해야 일이 조금은 수월하다. 게이머들이 어떤 것을 기대하고 원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이 게임을 번역해야 시장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 영상이나 책은 정보를 한쪽 방향으로 소비하는 매체이지만, 게임은 플레이어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그 안에서 일련의 선택을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매체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과 게이머의 관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텍스트와 맥락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언어는 살아있다

    번역에도 트렌드가 있다

    과거에는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단어를 전부 다 번역할 때도 있었다. ‘김치’는 ‘fermented cabbage(발효시킨 양배추)’, ‘오코노미야키’는 ‘Japanese pizza(일본식 피자)’로 모두 번역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언어로도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이 트렌드이다.

    ‘추석’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단어는 ‘Korean thanksgiving’으로 번역하고 있지만, 한류 덕분에 이 단어가 잘 알려지게 된다면 감사하게도 더는 번역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 때문에 어떤 때는 번역 없이 언어를 그대로 살리고, 또 어떤 때는 번역을 진행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어떤 게 게임의 큰 테마와 주제를 해외 유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더 꼼꼼하고 더 완벽하게

    현지화 작업에서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업무의 가장 근본이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부분은 언어 그 자체이다. 완벽하게 번역해서 현지인이 텍스트를 읽을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검수 작업을 가장 꼼꼼하게 한다. 특정 용어를 하나 수정하면, 게임 안에 삽입된 수십만 개의 단어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번역한다는 것

    현지화 작업을 할 때는 게임 캐릭터의 성격과 인물 관계도까지 살펴가며 그 나라의 언어로 말버릇, 말투, 존칭어를 결정한다. 가장 어려웠던 작업은 무협풍 게임의 무술 이름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한글로는 네 글자인데 번역하니 한 문장 분량으로 너무 길어져서 난감했다. 게임마다 UI에 따라 삽입될 수 있는 글자 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번역할 때 텍스트의 길이도 신경을 많이 쓴다. 이럴 땐 대체 용어를 연구하거나 새로운 용어를 발명하는 등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낸다.

    게임으로 전 세계를 연결한다

    세계 각국을 돌아 엔씨에 입사하기까지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7년간 생활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스위스에서 11년 동안 살았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서 관련 내용을 많이 기록하는 편이었다. 학창시절엔 한 온라임 게임 웹진에서 게임 리뷰 글을 쓰기도 했고, 2005년 E3에는 press(언론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즐겨하는 게임을 생각하면 머릿속에 그 배경음악이 흐른다. 나도 게임 음악에 애정이 깊었는데, 2012년 게임 음악 레이블인 브레이브 웨이브에서 일하게 되면서 게임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2017년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가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국인 친구의 도움으로 게임 번역회사에서 일할 수 있었다. 이후 게임 개발사에서도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엔씨에 입사하게 되었다. 사실 지원부터 입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한국어를 훨씬 못할 때라 걱정이 컸다. 하지만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에 적응을 잘할 수 있었다.

    ‘잘 쓰인 글’로 게임 트렌드를 읽는다

    트위터에서 공유되는 생생한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트위터는 게이머들의 즉각적이고 솔직한 의견과 피드백이 끊임없이 공유되는 곳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거나 새로운 게임이 발표됐을 때 그들의 의견을 바로 접할 수 있다. 또 개발자와 게이머 사이의 대화나 토론을 지켜보면서 게임 트렌드의 흐름도 읽는다.

    새로운 영감이 필요할 때에는 좋아하는 게임을 한다. 습관적으로 게임 안의 텍스트를 꼼꼼히 확인하는데, 게임을 하면서도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좋은 텍스트가 보이면 글에 집중하게 된다. 책이나 영화에서도 잘 쓰인 글을 보면서 번역의 방향성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한국어와 영어에 국한하지 않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모든 언어에 이 방법을 사용한다.

    번역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나처럼 외국인이 게임 콘텐츠를 현지화하는 일을 하려면 모국어를 원어민보다 높은 수준으로 구사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한국어 능력도 높은 수준이 요구된다. 번역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읽기와 쓰기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게임 용어와 은어도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

    이런 언어 능력은 기본이고, 일하면서 깨달은 바로는 번역하는 사람에게도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일을 하다보면 개발자의 본래 의도를 최대한 지켜내면서도, 사전에 없는 단어를 찾아내거나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다. 문화와 언어 차이 때문에 번역하기가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그 의도와 의미를 최대한 살려서 전달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게임의 완성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롭고 적절한 단어를 찾아내는 건 창의력의 힘이다.

    언제, 어디서나 게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최근에 리니지2M의 영문 텍스트가 게임에 추가됐다. 한국 외의 국가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많은 해외 팬이 플레이하기 위해 한국 서버에서 어렵게 게임을 다운로드한다. 한 유튜버가 방송에서 '리니지2M의 번역이 잘 됐고, 편하게 읽힌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현지화 작업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은 정말 큰 힘이 됐다. 플레이어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행복하다. 그래서 내 일을 더 잘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 팀의 능력과 열정으로 게임 현지화와 관련된 상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게임은 내 인생의 큰 부분이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게임을 즐기고 수년 동안 게임이라는 세계에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일반적인 환경이었다면 연결될 수 없었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특별한 힘을 게임은 갖고 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어떻게 생겼든, 그 사람이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든 상관이 없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하도록 돕고 싶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