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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29 Creator Crew

    게임과 예술 – 현대인을 위한 치유를 담은 ‘Shining in the gap’ 김태완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대전 시립미술관 창작 센터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에서는 < NC PLAY >를 비롯해 과학 기술과 문화 예술이 연결된 새로운 시선을 여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크루에서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출신 작가들을 차례대로 만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가는 ‘Shining in the gap’의 김태완 작가입니다. 작가가 지녀야 할 태도를 기반으로 선한 영향력과 가치를 만드는 삶을 살고 싶다는 김태완 작가의 작품 소개와 작품에 반영된 음악의 시각화 및 조향에 대해 들어 보겠습니다.


    관계와 존재로 풀어낸 치유

    이번 작품 ‘Shining in the gap’에 대해 소개해 달라.

    들뢰즈의 존재론과 같은 맥락에서 ‘치유’라는 키워드를 ‘관계’와 ‘존재’로 풀어내고자 했다.

    우리는 사회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간다. 동시에 타인과 관계를 맺는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끊임없이 운동하며 재배치된다. 따라서 스스로를 독립된 개체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부여받는 역할로 자신을 정의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에 자신을 둘러싼 세포, 경험, 오라, 감정 등으로 구성된 복잡한 관계망의 일시적 배치 형태를 ‘나’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만드는 것은 내ㆍ외부의 구분에서 오는 지식적 개념이 아니라 관계망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배치를 만들어 내는 운동량(에너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나’, ‘너’, ‘우리’, ‘그들’을 바라보고, 인과 관계로 규명할 수 없는 ‘일시적 상태’를 ‘관계’로 풀어내고자 했다.

    엔씨가 후원하는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에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전시에 참여하게 된 소감도 듣고 싶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창업을 한 후에도 연구실과 꾸준히 교류하며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트 센터 나비, 고등 과학원 등에서도 전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던 중 전시 소식을 들었고, 지난해 선보인 ‘MIXEDSCAPE’ 작품이 이번 전시와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해 졸업생 작가로서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전시는 내가 진행해 온 작업을 게임의 관점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 반가운 기회였다.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는 게임과 예술의 융합, 더 나아가 게임과 예술의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하는 전시다. 이번 작품은 ‘게임’과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는가.

    관객은 인터렉티브 월 앞에서 여러 포즈를 취하고, 마주 보는 상대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따라하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는 등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것은 개발자(작가)가 의도하지 않아도 플레이어(관객)가 스스로 목표를 찾고 퀘스트를 깨는 게임의 양상과 닮아 있다.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목표를 찾고 행동한다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내러티브가 작품 안에서 시각, 청각, 후각 등의 조합으로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고 공감각적 심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도 게임과 연결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로서 게임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게임은 공감각적 경험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제공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나는 게임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나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RPG 게임의 설정을 뜯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해 보면 성장기에 수많은 만화와 게임을 접하고 그 속에서 세계관을 파고들었던 경험들이 나의 창의력을 증진시키지 않았나 싶다.

    일시적 틈에서의 에너지로 빛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게임과 예술이 만들어 낸 환상 현실을 표현하며 과거, 현재, 미래가 자유롭게 연결된 ‘무시간성(timeless)’과 ‘무공간성(spaceless)’으로 구성되었다. 이번 작품들에서 ‘무시간성’과 ‘무공간성’은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궁금하다.

    ‘독립된 개인’으로 대응되는 입자들이 소리에 반응하여 무작위적이면서 무한하게 발산되며 무시간성과 무공간성을 모두 보여준다. 작품에 쓰인 사운드도 게임 음악을 만드는 방식처럼 샘플 음악을 무한히 병치했다. 가상 악기(샘플)와 현실 음악(사운드스케이프)의 조합으로 무한한 시각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무시간성과 무공간성을 내포하고 있다.

    음악을 시각화하는 것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특별히 음악을 시각화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된 것인가.

    ‘세상의 진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음악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 오랫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학창 시절에는 록 밴드에서 기타리스트와 보컬로 활동했다. 시각 요소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소재를 음악에서 찾은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 관심이 대학원에까지 이어져 Music and Audio Computing Lab에서도 음악을 시각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거나, 음악 썸네일을 통한 유저 리서치 등을 연구하게 된 것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향(Scent)’도 사용했다. ‘향’이라는 요소를 추가적으로 사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취미로 조향을 하고 있다. 조향은 개별적 특성과 맥락적 의미를 내포한 향 원료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나 크기로 재배열된다는 점에서 디자인이나 공학과 비슷하다. 작품에 사용한 향인 ‘Iso-E Super’는 자연에서 추출한 후 가공한 원료가 아닌 100% 인공적인 향료이다. 작품의 결이 해체주의와 존재론에 맞닿아 있고, 독립된 개체로서 인간의 치유를 강조하고자 인간의 힘만으로 탄생된 향료를 사용하고 싶었다. 또한 이 향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고, 심지어 아예 향을 못 맡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네 가지 향인 ‘나’, ‘너’, ‘우리’, ‘그들’을 조합해 보았다. 향의 느낌은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직접 확인해 보면 좋겠다.

    ‘Shining in the gap’을 통해 관객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는가.

    관계에 대한 개념을 ‘룰에 의해 연역될 수 없고 인과 관계를 규명할 수 없는 일시적 상태’로 이해하고, 그 ‘일시적 틈’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로 우리 모두가 빛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곧 현대인을 위한 치유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무한히 운동하는 입자, 무한히 병치되는 사운드, 무한히 해석할 수 있는 향을 통해서 말이다.

    무엇이든 밸런스가 중요하다

    본래 전공은 시각 디자인이다. 어떤 계기로 인터렉티브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사물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특정한 목적에 맞게 선별하고, 심미적으로 구성해 인지 공학적으로 재배열하는 것이 시각 디자인학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니 종이와 스크린이라는 매체에만 매여 있을 필요가 없었다.

    앞서 음악을 정의한 것과 비슷하게, 학창 시절부터 수학과 물리가 ‘세상의 진리를 규명하는 힘’을 가진다는 점에서 좋았다. 그래서 수학적, 물리적 현상을 활용해 원하는 방식으로 가상의 공간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에 빠져들었다. 또한 기존에 관심을 가진 SF적 상상력, 트랜스 휴머니즘 등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풀어내기에 적합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늘고 있다. 작가님이 활동하는 영역이야말로 이러한 기술과 예술의 융합 한가운데라고 본다. 학제 간 활동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으로서 고민하는 부분이 있는가?

    무엇이든 결국 밸런스가 가장 중요하다. 기술에 의미만을 과도하게 부여해서도 안 되고, 기술에만 극한으로 치달아서도 안 된다. 학부 시절에는 전자의 이유로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고, 이후 대학원 시절에는 후자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절대적인 시간도 필요하고, 꾸준한 독서와 사색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는가.

    원칙을 두지는 않는다. 과정을 즐길 수만 있다면 나의 경험과 생각을 가감 없이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자체에 대한 원칙보다는 작가로서 가져야 하는 자세나 태도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작품의 퀄리티를 향한 집중이다.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될 때 새로움, 공감, 충격 등 일정 역치 이상의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인류애다. 작품의 메시지가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고 보다 인류애적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세 번째로는 스스로 그런 선한 영향력과 가치를 생산해 내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나를 작가라고 소개하기가 꺼려질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디지털 오디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이 변했고, 이에 따라 음악은 이전보다 더 즉각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각자 취향과 목적에 따라 음악을 찾고 공유하는 큐레토리얼(curatorial) 행위로 이어지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 본다. 그 미래의 주인공들을 위해 인공 지능으로 음악을 검색, 추천, 생성해 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또한 AI 프로덕트의 기획과 디자인 프로세스를 연구하며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당분간은 AI 사업과 교육 활동에 집중하며, 좀 더 성숙하여 깊이를 다지려고 한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전시 정보

    게임과 예술: 환상의 전조(Game & Art: Auguries of Fantasy)
    2021년 6월 8일 ∼ 9월 5일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
    관람비 무료
    엔씨소프트,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대전시립미술관 공동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