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中文-繁體

    2021.02.16 Creator Crew

    드론으로 하늘에 즐거움을 펼치다, 유비파이 임현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하는 사람들

    새해 첫날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약 1,000대의 드론이 화려한 드론쇼를 펼쳤습니다. 이 드론쇼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약 72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 드론쇼를 연출한 곳은 바로 국내 드론 스타트업 ‘유비파이(UVify)’입니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블루오션인 세계 드론쇼 솔루션 시장을 90% 이상 장악한 유비파이는 지난 2016년 1월, 엔씨의 투자로 인연을 시작해 현재까지 지속적인 기술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비파이 임현 대표를 만나 유비파이의 기술력과 그간의 발자취, 앞으로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 나눠 보았습니다.


    ‘드론 스타트업’과 ‘드론쇼’의 시작

    유비파이는 어떤 회사인지, 창업의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소개해 달라.

    유비파이(UVify)는 ‘Unmanned Vehicle’에 ‘ify(~화 하다)’를 더해 ‘시스템을 무인화한다’는 뜻으로 만든 이름이다. 예전부터 창업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 계속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박사 과정을 하는 동안 원래 5m 이상이었던 큰 드론을 보다 저렴하고 작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이 정도면 일반인도 살 수 있을만한 드론 생산이 가능하고, 자율 비행 같은 기술을 넣어서 훨씬 더 고급 제품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시의적절하게 관련 산업들이 생겨나기도 해서 가장 잘 아는 분야인 드론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게 되었다.

    처음부터 드론 라이트쇼를 위해 회사를 설립한 것은 아니었다고 들었다. 드론 라이트쇼를 시작하게 된 과정을 말해 달라.

    사업 초기부터 드론과 관련된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현실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여해야 했다. 그런 후 우리가 처음으로 만든 것이 레이싱 드론이었다. 가지고 있는 기술을 집약해 자동차의 끝판왕 F1 레이싱카처럼 드론의 끝판왕을 만들고자 했고, 이 제품을 상용화한 경험을 기반으로어떻게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그때 마침 평창올림픽에서 드론 라이트쇼를 보게 됐는데,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이 정말 컸다. 드론쇼를 올림픽에서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더불어 쇼를 직접 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어 판매해야겠다는 데까지 아이디어가 발전하면서 이것이 첫 번째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그런데 일반 대중이 드론쇼를 하게끔 확산시키는 과정이 더디더라. 그래서 선제적인 차원에서 드론쇼까지 하게 됐다.

    규모가 큰 국내 행사는 대부분 유비파이가 맡고 있는 것 같다. 비결이 무엇인지?

    NC 다이노스 신구장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 기상 상황으로 드론쇼가 무산됐는데, 그렇게 무산되기에는 아까운 행사인 것 같아서 불빛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연출 아이디어를 냈다. 이 아이디어가 정상회담 일주일 전에 채택되는 바람에 부랴부랴 창원 종합운동장에서 쇼를 촬영하고,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영상 작업을 진행했다. 청와대에서 이 영상을 보고 정상회의 때 부산에서 공연해 줄 수 있느냐고 추가 제안을 했다.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용두산 공원에서 촬영하고 만찬장에서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

    이 작업 덕분에 6·25전쟁 70주년 기념행사 <영웅에게>라는 드론쇼도 맡게 되었다. 이렇게 큰 행사를 두 번 정도 하고 나니 드론쇼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어서 국토교통부로부터 코로나를 주제로 드론쇼를 한번 해 보자는 제안을 받고 진행했다. 이것이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매우 화제가 되었다.

    그 이후 지난해 11월에 케이뉴딜사업 관련 드론쇼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국산 드론 기술이 드론쇼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는 파급력을 세계에 보여 주고 싶은 정부의 의지가 있어서 다양한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드론쇼를 위한 핵심 기술: 비행 기술, 촬영 기술, 위험 관리
    1,000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조종 기술은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나?

    쇼를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드론을 동시에, 서로 부딪치지 않게 조종할 조종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다가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드론 공연을 맡게 되었는데,국민들을 감동시킬 스토리를 선보여야 하다보니 기존과 차별화 되는 연출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수류탄 던지는 군인이나, 피어나는 무궁화처럼 복잡한 메시지를 드론으로 표현해야 했는데, 그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인 드론 300대를 이용해 드론쇼를 기획했다. 수백 대의 드론이 서로를 피하고,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고, 또 정밀한 위치를 추정하기 위해 유비파이가 가진 기술들을 총동원했다.

    다양한 기술들을 연구해보고 적용해본 덕분에 대국민 코로나 극복 드론쇼, 2021년 신년 카운트다운 1,000대 드론 공연 같은 것들이 나올 수 있었다. 기존의 비즈니스보다 기술 개발이 훨씬 속도감 있게 진행된 편이고, 우리로서도 직접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드론쇼를 직접 보기도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영상으로 접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항공에서 드론쇼를 어떻게 촬영하는지 촬영 기술에 관해 설명해 달라.

    기본적으로는 드론 촬영감독님이 직접 촬영하고, 이를 위해 사전에 트레이닝과 경로 계획을 3차원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논의한다. 그런데 사람이 촬영하면 여러 각도를 한 번에 다 찍을 수 없어서 여러 차례에 걸쳐 촬영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여러 명의 파일럿을 쓰면 그들끼리 충돌이 발생한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는 자동 경로 계획을 통해 카메라맨에 해당하는 여러 드론들이 카메라를 장착하고 공연 중인 드론을 자동으로 찍는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VR 같은 콘텐츠까지 확보하려면 분명히 여러 대를 이용한 촬영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더 나아가 촬영 드론의 충돌까지 다 해결해 360도로 군집 촬영을 하는 등, 촬영 기술 자체를 또 하나의 드론쇼로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100여 대에서 1,000대의 드론이 동시에 하늘에 떠 있는데, 한 대만 떨어져도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다. 위험 관리는 어떻게 하나?

    우주 기상에 변화가 생기면 드론 운행에 문제가 생긴다. 우주 기상의 변화로 받는 영향은 항행(Navigation) 등의 산업을 포함해 광범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에 우주기상센터가 있다. GNSS 수신기가 대기권 밖의 위성과 지구의 드론 사이에 있는 전리층의 전자 분포를 어떤 수학적 모델로 가정하고 위치 계산을 하기 때문에, 태양의 흑점 폭발 같은 우주 기상 변화로 전리층이 교란되면 드론 운행이 엉망이 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그런 상황에 강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시스템 자체도 한 열 번 정도 바뀌었고, 그런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현재 제품까지 오게 됐다.

    드론 기술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

    2019년에 NC 다이노스와의 컨소시엄 제안이 드론 라이트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2016년 엔씨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2019년에는 NC 다이노스라는 플랫폼을 빠르게 제공받은 셈이다. 야구장이라는 시설을 제공받는 것은 다른 구단과 협의해 진행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NC 다이노스에 신구장이라는 리소스가 확보된 후에도 구구장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 중요했다. 드론쇼에는 안전 문제 이슈가 있는데, 본 경기가 벌어질 때는 구구장이 비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제안했다.

    또한 그 당시에는 드론쇼 자체를 보러 오도록 홍보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프로야구는 오프라인 집객을 정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쇼를 할 수 있어서 모객 측면에서도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NC 다이노스 2020 정규시즌 우승을 기념하는 드론쇼가 홈 마지막 경기에 창원NC파크에서 펼쳐졌다. 밤하늘을 수놓은 화려한 드론쇼 덕분에 구장을 찾은 팬들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유비파이가 보유하고, 주목하고 있는 기술은 어떤 것인가? 또 이를 기반으로 어떤 방식의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보유한 기술은 드론의 상태(위치, 속도, 가속도)를 정밀하게 알아내는 ‘상태 추정 기술’이 핵심이고, 그 정밀한 기술로 메시지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드론 라이트쇼다. 혁신할 수 있는 분야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규 창출되는 시장 중에서도 위치 정보가 중요한 분야에서 관련된 데이터를 조금 더 정밀하게 산출할 수 있는 기술과, 구독 모델, 데이터 분석 등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창고 관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드론으로 넓은 공간을 3차원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상당히 큰 산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텔이나 디즈니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존재한다. 이들과 비교해 유비파이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텔의 경우, 드론을 비롯한 기술적 역량은 유비파이가 훨씬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텔은 인지도가 엄청난 회사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드론을 판매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드론 라이트쇼 패키지 판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디즈니의 경우에도 놀이공원 같은 리소스를 워낙 많이 소유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드론쇼용 드론을 제작 할 만큼의 내부적 역량은 되지 않는다.

    드론쇼 및 드론 기술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기술에 속하기 때문에 거대 기업들이 브랜드 인지도나 파급력을 가지고 진입하더라도, 유비파이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우리는 그 어느 회사보다도 드론을 많이 보유한 회사이고, 개발 측면에서도 늘 시장보다 더 빨리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충분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기술을 통한 즐거움을 주고 싶어

    엔씨와 앞으로 함께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나?

    그동안 엔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게임 회사가 아니라 미디어 전반이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쪽 투자도 많이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또 AI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많이 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AI팀과 유비파이가 함께 AI를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또한 실사를 가상세계로 옮겨오는 캡처 시스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같은 부분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정밀한 위치 추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활용될 데이터 수집 장치 등 유비파이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앞으로 더 많아질 거로 생각한다.

    영감이나 아이디어, 미래에 관한 원동력은 어디에서 얻나.

    최대한 의식적으로 기존의 경험에 비춰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고 하고, 당연해 보이는 것도 항상 다시 질문하려고 한다. 같은 질문을 왜 자꾸 하냐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그 질문들이 물어볼 때마다 다 다른 질문이다. 그런 방식으로 똑같은 걸 또다시 보고 반복해서 보면서 다르게 생각하려고 하다 보면 ‘아하 모멘트’가 온다. 드론쇼도 마찬가지였고.

    회사가 아닌 개인의 목표와 꿈은 무엇인가?

    회사를 제외하고 개인의 목표를 논하기에는 회사의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가 상당히 일치되어 있다. “기술을 통해 사람들을 놀랍게 하고 전에 없던 즐거움 주는 것”. 기술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이 크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기존에 몰랐던 걸 알게 되고 못 봤던 걸 보게 될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통칭하는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주는 게 목표다.

    창업 전에는 드론을 활용한 기술을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술 논문을 썼다. 창업 이후에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기술을 제공해 전에 없던 즐거움을 주고자 한다. 동료들과 의기투합해 같은 곳을 바라보며 즐거움을 확산시키고 싶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