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 한국어
    • ENGLISH
    • 日本語
    • 中文-繁體

    2020.03.17 Creator Crew

    NC ART PROJECT #2 현실과 가상, 인간과 기술을 미디어아트로 혼합하는 작가 양민하

    Creator Crew:
    엔씨의 콘텐츠와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연결해 즐거움을 확장시키는 사람들

    눈에 비치는 현실을 가상 안으로 흡입해 그 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 그는 이번 < NC ART PROJECT >를 통해 엔씨가 전달하고자 하는 다차원적 세상의 창조와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의 내러티브를 가미해 표현했습니다. < Creator Crew >에서 그를 직접 만나 미디어아트와 그리고 < MIXED DIMENSION-차원의 혼합 >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봅니다. 게임에 대한 어떤 진지한 생각이 작품으로 구현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기술의 예술적 가치를 믿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미디어 아트의 경계는 점점 확장되고 있다. 현재 ‘미디어아트’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또 본인은 어떤 작업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미디어아트는 사진, 비디오, 컴퓨터 그리고 피지컬 컴퓨팅까지 다양한 매체에 예술을 접목하는 장르다. 그중에서 나는 컴퓨테이셔널 미디어 혹은 제너러티브 미디어 작업을 주로 한다. 보통 컴퓨터 계산을 활용해 시각 이미지를 표현하는 소프트웨어나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접목한 조형물을 제작하는 일을 한다. 물론 대학에서 후학들을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 아트는 가상과 현실을 분리하지 않는다. 시각적으로 표현한 대상이 조형물로 존재할 때 보통의 관람객이라면 그것이 가상의 것인지 현실의 것인지 구분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 점이 특별히 매력적이고 즐겁다. 게다가 표현의 제한이 거의 없는 점에도 굉장히 매료됐다.

    AI로 대표되는 최신 기술 환경은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술은 흥미로운 전시의 주제가 될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풍부하게 표현해 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작가 님 또한 변화하는 기술 환경을 누구보다 앞서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다. 기술은 어떤 의미인가

    기술이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믿게 된 건 대학을 다니면서이다. 기술 자체가 주제로 환원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기술이 조형을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공예 작품을 만들고 드로잉을 하는 듯 코드를 짜고 컴파일했다.

    학부에서는 디자인과를 나왔는데 독학으로 코딩을 배웠고, 현재는 사용하고 있는 랭귀지가 10개 정도 된다. 혼자서 공대에서 배우는 커리큘럼을 거의 다 공부했다. 좋은 붓을 얻게 된 기분이었고 그 당시의 감동과 감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크레에이티브 코딩이라고 해서 말하자면 창의적 프로그래밍을 가르친다. 사실 매 학기 가르치는 게 계속 바뀐다. 그 학기에 가르치고 싶거나,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게 있는 경우에 바뀌기 때문이다. 코딩은 프로그래머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15년 전부터 디자이너들이나 아티스트들이 코드를 짜서 이미지를 만들거나 조형물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 그룹들이 이어져왔다. 그중에 유명한 그룹이 MIT 미디어 랩 같은 그룹이다. 구글에도 랩이 하나 있다.

    작년에는 유니티하고 프로세싱을 가르쳤는데 올해도 유니티를 가르칠 예정이다. 유니티는 게임을 만드는 툴이긴 하지만 전시물이나 작품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마치 최적화되어 있는 툴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용하기 굉장히 쉽다.

    1억 8천만 개의 데이터가 만드는 아트

    이번 작품 < MIXED DIMENSION - 차원의 혼합 >은 게임 속 세계관을 다루고 있다. 세계관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

    세계관이라는 거창한 단어보다는 게임의 발전과 플레이어의 행태, 그리고 개발 문화 같은 것들에 더 집중했다는 말이 맞다. 가만히 보면 < NC The World >는 엔씨의 역사, < The Origin >은 개발자들의 문화와 역사, < Evolution >은 게임과 플레이어 간의 상보적 관계, < Coexistence >는 가상과 현실의 만남을 보여준다. 문화적 관계, 역사 그리고 게임의 역할 같은 꽤나 구체적인 게임의 주변을 모두 다룬다고 볼 수 있다.

    < MIXED DIMENSION - 차원의 혼합 > 작품 전부터 작가 님은 공진화*를 주요한 개념으로 삼아 작업을 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공진화를 주요 개념으로 삼은 이유가 있을까

    공진화는 상당히 많은 작가들이 관심을 가지는 개념이다. 특히 기술과 도구가 인간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임의 형식이나 구조 설계는 매우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플레이어의 행태에 의해 게임이 진화하고, 거기에 맞춰 다시 플레이어가 진화하는 느낌이랄까. 결국 상보적 진화의 결과로 게임은 계속된 발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진화: 인간과 도구(기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 진화를 이룩한다는 과학 철학의 이론 개념으로 쓰였다.

    < The Origin >의 ‘만델벌브’나 ‘멩거 스폰지’ 등의 개념은 조금 생소하다

    게임 개발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데모씬(Demoscene)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발견할 수 있다. 매우 작은 실행 파일 크기의 게임 엔진을 만들고 시각 효과를 창안하던 개발자 문화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데모씬 개발자들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고, 현재는 ‘Shadertoy’같은 사이트에서 webGL로 리얼타임 path tracing이나 ray marching을 구현하면서 활동을 한다. 이런 문화가 없었으면 그래픽스 엔진의 실시간 표현들이나 3D 애니메이션의 특수효과 기술의 발전이 더뎠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낼 때 반드시 사용하는 게 ‘만델벌브’나 ‘멩거 스폰지’ 같은 프랙털 모델들이고, 자연스럽게 이번 프로젝트에 이 소재들을 활용하게 됐다.

    작품의 구현 방법이 궁금하다. 특별히 사용된 기법이나 기술이 있나

    이 작품에는 2019년 엔씨의 사용자 연결 빅데이터를 활용한 작품도 있고, 유체역학 같은 걸 활용한 실시간 영상도 있다. 또 앞서 말했던 프랙털 영상이나 모션 캡처 작업을 활용한 작품도 있다.

    < NC The World >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하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2019년 36개 게임 서버에서 활동한 유저들의 연결 데이터와 엔씨의 게임 사용자 성장 지표를 활용했다. 작업에 활용된 데이터만 약 1억 8천만 개다. 이것도 전체 데이터는 아니었다. 실제 데이터양은 그 열 배 정도 될 것이다. 양이 많은 관계로 개발하는 데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다. 컴퓨터 자체도 이 데이터를 처리하기에 버겁기도 하고..조그만 거 하나 고칠 때도 모든 데이터가 움직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 별론데..’하면 끄고 다시 코드 짜서 또 찍고 하는 작업을 몇 천 번씩 했다. 매 프레임이 데이터 값에 영향을 받아 변형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C++과 GLSL로만 제작했다.

    작품은 총 네 가지 파트로 나뉘고, 각 파트 별로 회사 로비에서 시작돼 작품이 끝나면 다시 로비로 돌아온다. 이게 뜻하는 바가 있을까

    현실에서 가상으로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시퀀스를 가지고 있다. 게임이 마주하고 있는 가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접하게 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작품을 제작하다 보면 작가와 개발자, 디자이너 그리고 기획자 모두 다른 이상향을 바라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건 직종의 문제가 아니고 개인 간의 취향이나 사고방식의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상을 바라볼 때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다른 이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영상을 보면서 “게임 문화를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구나” 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 주었으면 한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미디어 아트의 또 다른 파생을 만든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주제가 있는가

    엔씨와 인터뷰를 하기 때문은 절대 아니고, 게임에 무척 관심이 간다. 게이머들의 행태나 게임의 형식 그리고 게임의 구조 같은 것들을 조금씩 알아보고 있다. 최근 그래픽스 엔진들이 많이 발전하고 있는 현상도 관심이 생긴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제한적이었던 표현 방식이 실시간으로,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구현되고 있다. 이런 구조와 형식과 표현 방식이 미디어아트의 또 다른 파생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면서 게임 속 수많은 데이터를 보고 게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렇게나 많은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고 이렇게 많은 연결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사실 예상은 했지만 데이터로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이랄까. 게임의 구조와 방식을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취미 혹은 영감을 얻는 분야가 있다면

    키네틱 매체에 관심이 많다. 취미라고도 볼 수도 있는데, 스케치하면서 종종 회로 설계도 하고 구조도 시뮬레이션 해보고 시제품을 제작하기도 하는 게 꽤 즐겁다. 아마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고 있기에 더 관심도 많아지고 즐거운 것 같다.

    전형적인 취미 생활로는 요즘 조금씩 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다. 여유 있는 시간이 더 생겨서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스케치 활동도 영감을 얻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고 스케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편이다.

    다음 목표 혹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작업을 만들고 작품을 전시하는 걸 좋아한다. 그게 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좋아한다. 허술하지만 흥미를 느끼고 행복감을 주는 일을 쫓아가다 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고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주 어릴 적 꿈은 ILM(Industrial Light & Magic 스튜디오)에서 특수효과 전문가로 일하는 것과 만화가였다. 그 꿈의 완성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게 있다면 앞으로도 행복을 위해서 선택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가장 재미있거나 나를 즐겁게 하는 것

    드로잉, 커피, 쿠키, 영화, 오토바이, 목공, 납땜, 가끔 크리에이티브 코딩. 정말 즐겁다.


    * 본 인터뷰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인터뷰 당사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NCSOFT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