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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3.24 Our Way

    NC ART PROJECT #3 게임 데이터가 창조하는 예술

    게임을 둘러싼 문화적 환경을 깊이 탐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발견하는 실험적 아트 플랫폼 . 우리는 이 플랫폼을 통해 ‘게임’이라는 복잡한 개념을 세분화해 그 근원을 탐구해보고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시도인 <MIXED DIMENSION-차원의 혼합>은 엔씨가 창조한 게임 속 세계를 데이터로 환산해 예술의 형태로 재창조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비주얼 이펙트에 집중하기보단, 아트워크의 모든 기반은 수많은 데이터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나타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떻게 게임이 예술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양민하 작가의 작품에 담긴 예술적 내러티브를 따라가며 알아봅니다. 데이터의 시적 표현, 즉 ‘Poetic Computation’을 지향하는 엔씨의 새로운 시도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작품에는 섹션 별로 다른 데이터가 사용되었다. 모두 엔씨의 게임과 관련된 데이터들이며, 그 종류는 게임 유저의 경험 데이터, 프랙털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코딩 데이터, 모션 캡쳐를 통해 얻은 동작 데이터 등 다양하다. 수많은 데이터와 기술력이 아트로 환원되는 과정을 소개함으로써 엔씨의 이번 시도에 깊이 있는 공감을 형성하고자 한다.

    데이터의 연결이 엔씨의 역사를 나타낸다 ‘NC The World’

    는 게임에서 누적된 사용자 데이터가 활용됐다. 유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데이터에는 큰 흐름이 존재한다. 작품이 시작되고 처음 등장하는 5개의 유니버스는 엔씨의 대표 IP(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리니지M)의 캐릭터 생성 데이터를 시각화한 것이다. 각 IP가 생겨난 시간차가 존재하고, 그 안에 누적된 데이터의 양도 다르기 때문에 유니버스의 볼륨과 나타나는 순서가 각각 다르게 표현된다.

    NC THE WORLD 작업 환경

    본격적으로 5 개의 유니버스 안에 진입하면 사용자의 관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아트가 등장한다. 여기에는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9월 30일까지 IP 라이브 서버에서 발생한 혈맹, 전투, 거래 등 유저 간 관계성을 보여주는 로우 데이터(Raw Data)가 사용됐다.

    이 데이터는 Source, Target, Weight 총 3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 Source와 Target은 사용자 ID를 숫자와 알파벳으로 치환했고, 이 두개의 데이터가 당기는 힘을 weight으로 나타냈다. 그렇게 하나의 Source가 몇몇의 Target과 얼마나 많은 관계, 즉 weight를 맺고 있는지에 따라 시각적인 표현이 달라졌다.

    좌측부터 1)파티 / 2)전투 / 3)거래 네트워크 데이터

    이 관계 데이터들은 시간 별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는 시간의 길이를 임의로 설정해 데이터의 궤적을 조금 더 눈에 잘 보이게 만들었다. 처음엔 1초(30 frame) 당 5일로 계산했다. 그럼 1일은 0.2초이며, 하루의 데이터가 0.2초만에 표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1년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 영상의 러닝타임을 고려해 1일을 다시 4시간 단위로 쪼개 하루에 총 6번이 노출되도록 설정했다. 종합하면 1초는 5일이고, 0.2초는 1일, 4 시간은 0.033초이다. 0.033초당 아트에 표현되는 숫자가 변화하는 구조로 짜게 됐다.

    재미있는 건 새벽 시간과 같이 관계량이 줄어드는 시간대와 접속량이 증가하는 시간대가 달라 숫자는 일정하게 커지거나 줄어들지 않고 계속 다채로운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데이터 작업화면

    세계관의 근원을 탐험하는 알고리즘 ‘만델벌브’와 ‘멩거 스폰지’

    작품의 두 번째 섹션 은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의 일종이다. 게임 그래픽스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인 데모씬(Demoscene) 문화를 계승한 작품으로, 게임 개발의 근원을 탐구한다.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 자율 시스템을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만들어진 예술

    이 섹션을 표현하기 위해 게임에 자주 사용되는 인공생명 알고리즘과 프랙털 알고리즘을 시각화 했다. 특히 ‘만델벌브(Mandelbulb)’와 ‘멩거 스폰지(Menger sponge)’를 주요하게 사용했다. 이 두 개념은 게임에서 터레인이나 환경을 만들 때 자주 사용하는 알고리즘으로, 데모씬에서 게임 개발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작품은 현실공간부터 시작해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으로 진입하면서 유영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다. 첫 진입공간은 만델벌브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이다.

    만델벌브는 만델브로트(Mandelbrot)의 3차원 알고리즘이며, 발산하지 않는 수열의 집합이다. 만델벌브로 만든 형태의 집합은 자기 유사성을 가진다. 이는 무한히 분열하는 시각적 특징을 가지고, 매크로와 마이크로를 넘나드는 공간적 변화를 표현한다.

    좌 – 만델벌브 / 우 - 만델브로트*

    * 만델브로트(Mandelbrot) : 수학자 베노이트 만델브로트가 고안한 프랙털의 일종으로 자기유사성을 지니며, 집합 안과 바깥의 2가지 영역에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만델브로트 집합에 색을 입히는 방법을 이용한 프랙털 예술이 존재한다.

    두번째 진입공간은 멩거 스폰지(Menger sponge)로 이루어진 광활한 큐브의 집합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멩거 스폰지는 9개 단위로 무한히 자기 분할하는 큐브들의 집합체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예루살렘 큐브로도 불리며 이 외에도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인수를 바꾸거나 공식을 비틀어 거대한 실시간 도시 구조 등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되곤 한다.

    멩거 스폰지 프랙털

    위의 프랙털 알고리즘을 시각화하기 위한 Working Tool로 후디니(Houdini)를 사용했다. 후디니는 ‘SideFX’사에서 개발한 3D 프로그램이다. 현재 헐리웃 영화에서 나오는 폭발, 화염, 연기, 모래, 유체 등의 특수효과는 거의 모두 이 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 모델링의 경우, 하나하나를 별도로 모델링하지 않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본 구조를 디자인한 후 파라미터를 조절해 전체 도시를 한 번에 생성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실제로 게임에도 이 툴을 사용해 특수효과나 지형을 제작한다.

    후디니 작업화면

    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동작 데이터 ‘COEXISTENCE’

    네 번째 섹션 에는 게임 속 캐릭터와 유저를 상징한 제 3의 개체가 등장한다. 개체의 형상은 캐릭터의 고유 속성에 모티브를 따서 창조되었다. 예를 들어, 이 섹션에는 다채로운 색으로 이루어진 액체의 물성 2개가 서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화려한 개체는 <아이온> 캐릭터 ‘채화성’의 스킬 속성과 비주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또한 <리니지2M>의 ‘토르’가 가진 고유의 성질인 궁수를 표현하기 위해 텐션감 있는 활시위로 엮어 긴장감 있는 움직임을 연출했다.

    각 캐릭터별 모티브와 실체화된 이미지. 에이르나, 토르, 채화성

    이렇게 생동감이 살아있는 움직임은 모션캡쳐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3가지 캐릭터의 특징적 움직임을 현대 무용수의 창작 무용으로 표현해냈고, 이 무용을 모션 데이터로 옮겼다. 굵직하고 명확한 동작으로 구성해 움직임의 정확도를 높였지만, 세심한 동작들은 놓치기 쉬워 현장에서 즉석 수정 또한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모션캡쳐 촬영 현장

    모션 데이터는 3D 툴로 옮겨 새로운 개체로 재탄생 시켰다. 데이터는 총 2번의 가공 작업을 거쳤다. 모션 데이터가 반영된 캐릭터를 3D 모델링으로 정교하게 다듬은 후, 디자인된 그래픽을 덧씌워 새로운 개체로 변환했다. 실제로 게임에 캐릭터의 살아있는 움직임이 반영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3D 그래픽 과정 이미지


    에 사용된 데이터와 가공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연산의 시적 표현(Poetic Computation)을 어떻게 구현했는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다. 엔씨는 이 를 통해 게임 속 세계를 재해석해 아트로 치환하는 시도를 지속할 것 입니다. 이 시도가 새로운 창조에 영감을 주는 창조의 선순환을 만들어 ‘게임 아트’라는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 잡아 나가길 바랍니다.